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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건을 맡다 보면 피고인들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제가 한 행동인 건 맞는데, 솔직히 미끼에 걸려든 겁니다.” 이 말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없다. 형사책임은 결백과 유죄 사이 넓은 회색지대에서 결정되고, 그 지대에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바로 함정수사 법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은 앞으로 훨씬 자주, 훨씬 어렵게 제기될 것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마약범죄 수사에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가 도입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한지아, 백혜련, 박준태, 최보윤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다섯 건의 개정안을 하나의 위원회 대안으로 통합했고, 이 대안은 2026년 3월 30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같은 해 4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2026년 5월 26일 공포되었고, 시행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2027년 5월로 예정되어 있다.
개정법에 따라 수사관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범죄 현장에 접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가상의 신분으로 마약류의 매매·소지·광고·수수·운반·수입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신분증 등 문서와 전자기록의 변경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가능하다. 그동안 제도 밖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지던 위장수사가 비로소 법률상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우리 판례는 함정수사를 오래전부터 두 갈래로 나누어 왔다. 이미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만 제공한 경우와, 수사기관이 사람의 마음속에 없던 범의를 새로 만들어 낸 경우다. 앞의 경우는 허용되지만, 뒤의 경우는 위법한 함정수사로서 공소기각 사유가 된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을 통해 범의를 유발한 사건에서 이 법리를 반복해서 확인해 왔다.
문제는 이 이분법이 대면 거래를 전제로 형성된 개념이라는 점이다. 수사관이 구매자로 위장해 판매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라면, 판매자에게 애초부터 판매 의사가 있었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가릴 수 있다. 접촉의 계기와 진행 순서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법이 허용한 범위는 그보다 훨씬 넓다. 매매와 광고까지 위장 신분으로 할 수 있게 된 이상, 수사기관이 공급자의 자리에 서는 형태의 수사가 가능해진다. 축이 구매자 위장에서 판매자 위장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방법의 확장이 아니다. 국가가 시장에 공급자로 등장하는 순간, 접근한 사람이 원래 그 거래를 하려던 사람인지, 아니면 눈앞에 놓인 기회 때문에 마음이 움직인 사람인지를 사후에 구별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마약류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한 사람에게 원래부터 확정적인 매수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반복된 접촉으로 신뢰가 형성된 뒤에 이루어진 거래는 어느 쪽 의사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 구별이 어려워질수록 불리해지는 쪽은 언제나 피고인이다.
변호인의 입장에서 가장 난감한 지점은 따로 있다. 함정수사를 주장하려면 최초 접촉이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 어떤 제안이 어떤 순서로 오갔는지, 대상자를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은 수사기관 내부에서만 이루어지고, 기록으로 남지 않는 한 법정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처럼 취급된다. 결국 피고인은 자신이 유도당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요구다.
따라서 위장수사의 전 과정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법정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는 수사의 부수적 절차가 아니라 피고인의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전제다. 어떤 내용을, 어느 수준의 구체성으로 남길 것인지, 그 기록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열람·등사를 허용할 것인지가 시행 전에 정해져야 한다. 수사 절차가 기록되지 않으면, 위법한 함정수사와 적법한 기회제공은 법정에서 사실상 구별되지 않는다.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은 곧 제대로 다투어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위장수사의 법제화는 비대면·점조직화된 마약 유통 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법이 문을 열어 준 뒤에도 국가는 범죄를 ‘적발하는 것’과 범죄를 ‘만들어 내는 것’ 사이의 거리를 스스로 지켜야 하고, 그 거리가 실제로 지켜졌는지를 사후에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확인할 수 없는 권한은 통제받지 않는 권한이다.
시행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은 수사기관의 새로운 권한에 상응하는 기록·공개·검증 장치를 설계하는 데 쓰여야 한다. 피고인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변호인이 법정에서 위장수사의 경계와 한계를 논증할 수 있도록, 국가 스스로 권한의 범위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제도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위장수사 시대’는 마약과의 전쟁이 아니라, 헌법과 형사절차의 기본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