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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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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수

유죄판결 없이도 몰수한다 — 독립몰수제가 마약사건에 던지는 물음

지금까지 우리 형사법에서 범죄수익의 몰수와 추징은 대체로 하나의 전제 위에 서 있었다. 범인을 기소하고,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전제다. 몰수는 형벌에 부가되는 처분으로 이해되어 왔고, 따라서 형벌의 대상인 피고인이 있어야 함께 선고될 수 있었다.

2026년 8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 전제를 바꿨다. 이른바 독립몰수제의 도입이다.

몰수가 형벌에서 분리되다

독립몰수제는 범인의 기소나 유죄판결 없이도 범죄수익 자체를 대상으로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개정안에 따르면 범인이 사망하거나 국외로 도피한 경우,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공소를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검사는 공소제기와 별도로 법원에 몰수·추징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이를 심리해 결정으로 몰수 또는 추징을 명할 수 있다.

그동안 몰수는 특정인을 처벌하면서 그에 수반해 재산을 박탈하는 구조에 가까웠다. 이제는 범인을 법정에 세우기 어렵더라도, 일정한 요건 아래 재산 자체를 겨냥해 범죄수익을 환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적용 대상에는 보이스피싱, 인터넷 불법도박, 디지털 성범죄와 함께 마약범죄도 포함된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마약범죄가 대상에 포함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마약 유통은 점조직과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총책이나 상선이 해외에 머물거나 끝내 특정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금은 차명계좌와 가상자산 등을 거쳐 여러 단계로 분산·은닉된다. 주범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범죄수익도 환수하기 어려웠던 구조에서, 사람의 소재와 별개로 돈의 흐름을 추적하겠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방어의 중심이 바뀐다

변호인의 관점에서 이 변화는 작지 않다. 종래 마약사건에서 몰수·추징은 유죄가 인정된 뒤에 따라오는 문제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본안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이 방어의 중심이었고, 추징액의 산정은 그다음 쟁점이었다.

독립몰수 절차에서는 출발점이 다르다. 피고인의 유무죄가 직접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 절차에서, 다툼의 중심은 “이 사람이 유죄인가”가 아니라 “이 재산이 범죄수익인가”, “몰수·추징의 대상과 범위가 적정하게 특정됐는가”로 옮겨간다.

이 지점은 생각보다 예민하다. 어떤 재산이 마약거래의 대가인지, 정상 소득이나 다른 자금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압수된 가상자산이 문제 된 거래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자금에는 출처를 표시하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 않다. 여러 단계를 거쳐 이동하고 뒤섞인 자금에서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부분을 특정하는 일 자체가 치열한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몰수·추징의 범위가 실제 범죄수익을 넘어서지 않는지, 산정의 근거가 객관적인지, 재산과 범죄 사이의 연결이 충분히 증명됐는지를 따지는 작업이 방어의 전면에 놓이게 된다.

제3자의 재산까지 닿을 때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할 것은 범인이 아닌 제3자의 재산이다. 마약 범죄수익은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로 옮겨지거나, 제3자에게 넘어간 형태로 은닉되기도 한다. 독립몰수제가 겨냥하는 것 역시 이렇게 분산된 범죄수익의 환수다.

문제는 범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제3자가 자신의 재산이 몰수 대상이 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명의를 빌려준 것인지,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취득한 것인지, 재산이 범죄수익에서 비롯됐다는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독립몰수 절차에서 재산권자는 자신의 재산이 범죄수익이 아니라는 점, 또는 범죄수익이라는 사정을 알지 못한 채 정당하게 취득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소명할 필요가 생긴다. 재산의 명의, 취득 경위, 대금 지급 자료, 자금의 흐름, 거래 당시의 인식이 모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넓어진 권한, 필요한 통제

독립몰수제는 은닉된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는 정책적 요청에서 출발한다. 범죄수익이 다시 범죄의 밑천이 되는 악순환을 끊고, 피해 회복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법무부도 독립몰수제가 은닉·분산된 범죄수익 환수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유죄판결 없이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박탈할 수 있게 된 이상, 그 권한이 정당하게 행사되는지를 검증할 장치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몰수 대상 재산이 실제로 범죄수익인지, 그 판단은 어떤 수준의 증명을 요구하는지, 범죄수익의 범위와 추징액은 어떤 근거로 산정되는지, 이해관계인이 충분한 방어 기회를 보장받는지가 제도 운영의 관건이 된다.

시행까지 남은 1년은 이러한 절차적 안전장치를 구체화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재산을 겨냥하는 국가 권한이 넓어질수록, 그 재산이 정말 범죄수익인지 다툴 수 있는 통로도 함께 보장되어야 한다.

새로운 절차, 새로운 방어선

마약사건의 방어는 오랫동안 투약·소지·유통 사실을 다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독립몰수제의 도입은 여기에 재산이라는 별도의 쟁점을 추가한다. 본안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일과 특정 재산이 몰수·추징 대상인지를 다투는 일은 앞으로 반드시 같은 무대에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유죄판결이 없더라도, 피고인이 특정되지 않더라도, 재산을 대상으로 한 절차는 독자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마약사건에 연루되었거나 범죄수익과 관련된 재산을 둘러싼 이해관계인이 된 사람이라면, 유무죄와 별개로 자신의 재산이 어떤 근거로 범죄수익으로 평가되고 있는지, 그 특정과 산정은 타당한지를 처음부터 살펴야 한다.

시행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지금, 새로운 절차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될지, 그 안에서 재산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인지를 미리 가늠해 두는 일은 이르지 않다.

황세영
칼럼 담당 변호사
황세영
황세영 변호사 마약·형사·수사대응 분야 법률자문 및 변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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