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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건을 다루다 보면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같은 종류의 마약을 비슷한 양만큼 거래했는데도, 어떤 피고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로 무겁게 처벌받고, 어떤 피고인은 일반 마약류관리법으로 비교적 가볍게 처벌받는 경우가 있다. 이 갈림길을 만드는 것이 바로 '가액', 즉 거래된 마약의 값이다.
특가법은 마약류의 가액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일반 마약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향정신성의약품의 소지·매매 등에 관한 죄에서 그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이면 무기 또는 징역 3년 이상으로, 5천만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징역 7년 이상으로 가중된다(특가법 제11조 제2항). 가액이 500만 원에 이르느냐 여부만으로 법정형의 하한 자체가 솟구치고, 그에 따라 양형기준상의 유형과 선고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구조다. 단 한 푼 차이로 적용 법조와 형량의 차원이 바뀌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가액'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바로 여기에 실무상 첨예한 다툼이 숨어 있다.
마약 거래에도 일반 상품처럼 도매가와 소매가가 존재한다. 대량으로 한 번에 거래되는 경우의 단가(도매가)와, 소량으로 쪼개 최종 소비자에게 팔리는 경우의 단가(소매가)는 적게는 몇 배까지 차이가 난다. 같은 50g이라도 도매가로 계산하면 수백만 원에 그쳐 특가법 기준에 미달하지만, 소매가로 계산하면 1천만 원을 훌쩍 넘겨 특가법이 적용되는 식이다. 결국 '어느 단가를 적용하느냐'가 특가법 적용 여부를, 나아가 피고인의 운명을 가른다.
문제는 수사기관이 이 가액을 산정할 때 주로 기대는 자료가 검찰청이 발간하는 '마약류 월간동향'이라는 점이다. 이 자료는 거래량이 일정 기준(예컨대 100g) 이상이면 도매가를, 그 미만이면 소매가를 적용하도록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률이나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기준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내부 참고자료에 불과하다.
특가법이 정한 '가액'은 가중처벌의 문턱을 결정하는 엄격한 구성요건요소다. 형벌의 기초가 되는 요소인 만큼, 그 산정은 객관적 근거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100g 이상이면 도매, 미만이면 소매'라는 도식에는 왜 하필 100g이어야 하는지, 90g이나 110g과는 무슨 본질적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더 근본적으로, 마약 유통 구조는 대량 공급책부터 중간 판매책, 소분 판매자, 최종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를 '도매 아니면 소매'라는 두 칸으로만 나누는 것 자체가 현실을 단순화한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피고인이 상선으로부터 일괄 대량으로 매수하면서 도매 수준에 가까운 가격을 지급한 경우라도, 그 거래량이 수사기관이 정한 수량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소매가가 적용되어 가액이 부풀려지는 일이 벌어진다. 거래의 실질은 도매에 가까운데, 형식적인 수량 기준 하나로 소매가가 강제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법원의 판단도 갈린다. 어떤 재판부는 '마약류 월간동향'의 수량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여 소매가를 적용하는 반면, 어떤 재판부는 실제 지급한 대금과 거래의 실질적 성격을 중시해 도매가에 가까운 가액을 인정하기도 한다. 같은 쟁점을 두고 하급심의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이 기준이 확고하게 정립된 것이 아니며 다툼의 여지가 충분히 열려 있다는 의미다.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이 산정한 가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산정의 근거와 적용 단가의 타당성을 적극적으로 따져볼 실익이 있는 셈이다.
가액 산정은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니라 적용 법조와 형량의 차원을 바꾸는 핵심 쟁점이다. 실제 거래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피고인이 지급한 대금이 어느 수준이었는지, 수사기관이 적용한 단가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특가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세담의 황세영 변호사는 "마약사건에서 가액은 특가법 적용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이지만, 그 산정의 출발점이 되는 도매·소매 구분 자체가 수사기관의 내부 자료에 기댄 것이어서 다툼의 여지가 적지 않다"며 "수사기관이 제시한 가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거래의 실질과 산정 근거를 따져 적용 법조 자체를 다툴 수 있는지부터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