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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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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발 감정

마약사건, '검사 양성'이 곧 유죄는 아니다 — 모발 감정의 한계

마약사건에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지는 것이 모발 감정이다. 소변검사가 투약 후 비교적 짧은 기간의 흔적만을 잡아내는 것과 달리, 모발은 수개월 전의 투약 이력까지 거슬러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많은 피의자가 "모발에서 양성이 나왔으니 더 이상 다툴 수 없다"고 지레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실무에서 모발 감정은 생각만큼 만능이 아니며, 그 결과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를 두고 다툴 여지가 적지 않다.

모발 감정은 '언제' 투약했는지를 정확히 짚어내지 못한다.

모발 감정으로 투약 시점을 추정하는 방식은 머리카락이 한 달에 약 1cm씩 자란다는 전제에 기대고 있다. 검출된 위치가 모근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해 투약 시기를 거꾸로 추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발의 성장 속도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크고, 같은 사람이라도 채취 부위나 건강 상태,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게다가 우리 머리카락에는 한창 자라는 성장기 모발뿐 아니라 멈춰 있는 휴지기·퇴행기 모발이 섞여 있어, 단순히 길이를 재서 시점을 환산하는 방식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대법원 역시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모발 감정은 검사 조건 등 외부 요인에 따라 변수가 작용할 수 있고, 그 결과만을 토대로 투약 기간을 추정해 유죄로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7도44 판결). 특히 모발의 양이 적어 구간을 나누어 분석하는 분할분석조차 하지 못한 경우라면, 검출된 성분이 정확히 언제 몸에 들어온 것인지 더더욱 특정하기 어렵다. 실제 사건에서 감정 결과가 가리키는 투약 가능 기간이 4~5개월, 길게는 1년 이상에 걸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머리카락 대신 음모 등을 감정하는 경우에는 한계가 더 커진다.

수사 과정에서는 머리카락뿐 아니라 음모 등 다른 부위의 체모를 채취해 감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체모는 머리카락보다 성장기·휴지기·퇴행기의 주기가 더 불규칙하고 개인차도 크며, 그 성장 속도에 관한 과학적 연구 자료조차 충분하지 않다.

길이가 짧아 분할분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검출된 성분이 언제 투약된 것인지 특정하기는 머리카락보다 한층 더 곤란하다. 따라서 음모 등의 감정 결과를 두고 특정 시점의 투약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는 데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시점을 특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한 흠이 아니다.

형사소송법은 공소사실을 적을 때 범죄의 일시·장소·방법을 명시해 사실을 특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제254조 제4항). 이는 심판의 대상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피고인이 "그날 그 시점에 나는 그곳에 없었다"는 식으로 방어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모발 감정이 가리키는 기간이 수개월에 걸쳐 있다면, 검사가 공소장에 적은 특정 일시의 투약 사실을 그 감정 결과만으로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 넓은 기간 중 '어느 시점'에 투약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자료를, 공소장에 적힌 '바로 그 시점'의 투약을 증명하는 증거로 곧바로 등치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투약 시점이 특정되지 않으면 피고인은 방어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막연한 추정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모발에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사실과, 공소장에 기재된 특정 일시·장소·방법의 투약이 증명되었다는 것은 엄연히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에서 모발 감정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투약 사실 자체가 다른 증거로 충분히 뒷받침되거나, 피고인의 진술·정황이 감정 결과와 맞아떨어지는 경우에는 모발 감정이 강력한 유죄 증거로 작용한다. 핵심은 모발 감정을 무조건 부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무엇을 증명하고 무엇을 증명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히 가려내는 데 있다. 검출된 농도, 분할분석 여부, 채취 부위, 공소사실에 적힌 일시와의 정합성 등을 면밀히 따져, 감정 결과가 실제로 입증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짚어내는 작업이 변호의 출발점이 된다.

마약사건에서 모발 감정 결과를 받아들고 막연히 체념하기 전에, 그 결과가 정말로 공소사실을 증명하고 있는지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는 사실과 '유죄가 인정된다'는 결론 사이에는,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적지 않은 간격이 존재한다.

법무법인 세담의 황세영 변호사는 "모발 감정은 마약사건에서 분명 중요한 증거이지만,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끝내는 만능의 증거는 아니다"라며 "감정 결과가 투약 시점을 제대로 특정하고 있는지, 공소사실과 정확히 맞물리는지를 따지는 것만으로도 사건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결과를 받아든 즉시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세영
칼럼 담당 변호사
황세영
마약·형사·수사대응 분야 법률자문 및 변론 수행
구속·외국인·국제 마약 사건 대응에 강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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