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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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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운반

속옷 안의 몇 그램에서 시작된다 — 마약 운반책 사건에서 변호인이 하는 일

공항에서 붙잡힌 스물몇 살의 피의자를 접견하다 보면, 사건기록에 적힌 압수 중량과 그 사람이 처음 이야기하는 시작점 사이의 거리에 매번 놀란다. 공소사실에는 몇 킬로그램이 적혀 있는데, 본인이 기억하는 출발은 속옷 안에 넣어 온 몇십 그램이다. 그 사이에는 몇 달의 시간과 몇 차례의 출입국, 그리고 회차마다 지급된 대가가 있다.

숫자가 보여주는 지형

관세청이 2026년 7월 22일 발표한 상반기 마약밀수 단속 동향은 이 문제의 윤곽을 보여준다. 상반기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총 767건, 1,007킬로그램이다. 단순 경유 물량을 제외한 국내 유입 목적 기준으로 보면, 2025년 상반기 617건·390킬로그램과 2024년 상반기 362건·298킬로그램을 크게 웃돈 역대 최대치다.

경로에도 변화가 있다.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에 대한 단속 강화, 여행객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여행자 경로의 밀반입 시도가 급증한 것으로 관세청은 분석한다. 여행자를 통한 적발은 509건·175킬로그램으로 건수 기준 가장 많았고, 인천공항 단속이 강화되자 대구·청주 등 지방공항으로 우회하는 흐름도 포착되었다. 관세청은 특정 대형 적발 건을 제외하고 국내 유통 목적으로 추정되는 100그램 이상 사건을 분석했을 때, 건당 평균 적발 중량이 1.9킬로그램이라고 밝혔다. 마약 출발국은 태국이 2023년 이후 계속 1위다.

연령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30대 이하 밀수사범은 전체의 59.3퍼센트, 중량 기준 65.4퍼센트를 차지한다. 10대 사범은 2025년 상반기 1명에서 2026년 상반기 14명으로 늘어 전체의 2퍼센트에 달했다. 관세청은 이를 마약밀수가 청년층을 넘어 청소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어떻게 시작되고 커지는가

제가 접한 사건들에서는 시작이 온라인 구인 글인 경우가 적지 않았다. 며칠 일하고 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내용, 정말 사정이 어려운 사람만 연락하라는 문구, 그리고 텔레그램 아이디가 뒤따른다. 모집책과의 접촉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대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첫 운반은 소량인 경우가 있다. 관광객처럼 며칠 체류한 뒤 지시받은 물건을 은닉해 입국하고, 전달 지시를 이행한 뒤 인증을 보내면 보수가 지급된다. 첫 반입의 성공과 보상은 위험 인식을 무디게 하고 다음 범행의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위험은 경험적으로 낮게 느껴지고, 보상은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기 때문이다.

그다음부터 역할과 규모가 커지기도 한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중량이 늘고, 은닉 방법이 정교해지며, 상선의 요구도 구체적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물건만 옮기던 사람이 다른 운반책의 항공권을 예약하거나, 입국 후 인수자와 접선하거나, 아래 단계의 사람을 관리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서 중량이 킬로그램 단위가 된다.

왜 멈추지 못하는가

접견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그만두고 싶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그만두지 못했는지를 물으면 대답은 대체로 세 가지로 모인다.

첫째는 이미 저지른 일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반입에 성공한 순간부터 스스로가 처벌 대상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지금 멈춘다고 해서 앞선 행위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걸리면 똑같다는 판단이 다음 운반의 심리적 근거가 된다.

둘째는 상대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권 사본, 실거주지, 가족관계, 첫 운반의 인증 자료와 입금 기록이 모두 상대 손에 있다는 인식이 있다. 그만두겠다는 말에 돌아오는 반응이 노골적으로 폭력적일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의 기록을 언급하는 것만으로 압박이 될 수 있다.

셋째는 돈이다. 경제적 곤궁이나 채무가 모집에 취약하게 만드는 사정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첫 보수로 급한 불을 끄고 나면, 다음 회차가 유일한 현금 조달 수단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 구조에서 개인의 의사결정은 점진적으로 좁아진다. 그러나 법정에 도착했을 때 그 좁아진 과정은 저절로 기록에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마지막 회차의 중량과 출입국 횟수, 압수물뿐인 경우가 많다.

법정에서 마주하는 조문들

이런 사건의 법정형은 매우 무겁다.

필로폰과 같은 나목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출입하거나 그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6호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가액이 500만 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1항이 적용되어 법정형은 더 무거워진다. 가액이 500만 원 이상 5,000만 원 미만이면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5,000만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다. 모두 벌금형 선택지가 없는 자유형 법정형이다.

여기에 최근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것이 형법 제114조다. 이 조문은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하거나,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을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25일 선고한 2024도6909 판결에서 적용 기준을 정리했다. 범죄집단이란 특정 다수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범죄를 수행한다는 공동목적 아래, 구성원들이 정해진 역할분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범죄를 반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춘 계속적 결합체를 말한다. 범죄단체와 달리 최소한의 통솔체계까지 요구되지는 않지만, 범죄의 계획과 실행을 용이하게 할 정도의 조직적 구조는 갖추어야 한다.

가입과 활동은 구별된다. 가입이란 이미 조직된 집단의 취지에 동조하여 구성원으로 참가하는 것을 말하며, 일정한 형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활동은 조직구조에 따른 조직적·집단적 의사결정에 기초하여 집단의 존속과 유지를 지향하는 적극적 행위여야 한다. 그 해당 여부는 행위의 시기와 장소, 내용, 동기와 경위, 목적, 의사결정자와 실행행위자 사이의 관계 및 의사 전달 과정 등을 종합해 실질적으로 판단한다. 범죄집단활동죄와 개별 마약류관리법 위반죄는 실체적 경합 관계다.

정리하면, 스물몇 살의 운반책은 수입죄를 기본으로, 가액 요건이 충족되면 특가법 가중을, 범죄집단의 조직성·가입·활동 요건이 인정되면 형법 제114조 적용을 함께 마주할 수 있다. 첫 회차에 속옷 안에 넣어 온 것이 몇십 그램이었다는 사정은 이 구조 안에서 저절로 고려되지 않는다.

변호인이 실제로 하는 일

이런 사건에서 변호인의 조력은 책임을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반입 사실 자체가 다투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조력의 실질은 뭉쳐져 있는 것을 나누는 데 있다.

먼저 시간을 나눈다. 첫 접촉부터 검거까지의 과정을 회차별로 재구성하고, 각 시점에 이 사람이 무엇을 알았고 무엇을 했으며 얼마를 받았는지를 특정한다. 텔레그램 대화, 항공권 예약 내역, 출입국 기록, 대가 지급 시각이 그 재구성의 자료가 된다. 이 작업은 정상참작을 위한 서사 만들기가 아니다. 마지막 회차의 중량을 기준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것을 막고, 각 회차에 상응하는 고의와 인식 범위를 따로 심리받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역할을 나눈다. 범죄집단 가입 및 활동죄가 적용된 사건이라면 2024도6909가 제시한 요건을 하나씩 대조해야 한다. 운반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활동죄의 성립이 자동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운반행위가 조직구조에 따른 조직적·집단적 의사결정에 기초해 집단의 존속과 유지를 지향한 적극적 행위였는지를, 피고인의 인식과 역할, 상선과의 관계, 지시 전달 방식과 반복성에 비추어 따져야 한다. 조직 내 다른 구성원을 알고 있었는지, 조직의 유지에 기여하는 행위를 했는지도 함께 심리되어야 할 사실이다.

가액도 나눈다. 가액은 압수목록에 붙은 숫자로 확정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특가법상 가액을 객관적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면서, 국내 시장의 통상 거래가액이 확인되면 그 가액을 기준으로 하고,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실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특가법 적용 여부와 형량의 출발점이 가액에 달려 있는 이상, 적용된 단가의 근거와 거래의 실질을 검토할 실익이 있다(대법원 2022. 9. 7. 선고 2022도8341 판결).

마지막으로, 이 사람이 어떻게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를 기록에 남긴다. 최초 모집 게시글의 문구, 상선이 보낸 메시지의 어조, 그만두겠다는 의사 표시에 돌아온 반응, 여권 사본과 가족 정보가 넘어간 경위. 이것들은 위법성이나 책임을 조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양형에서 이 사건이 계획된 범죄인지, 유인되고 고착된 결과인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그 자료가 제출되지 않으면 법원이 양형 판단에서 압수 중량과 회차 수 같은 객관적 결과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이 커진다.

남는 문제

변호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사건이 우리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그 사람은 이미 여러 차례 국경을 넘은 뒤다.

정작 개입이 가능했던 지점은 훨씬 앞에 있었다. 첫 구인 글을 보았을 때, 첫 회차를 마치고 보수를 확인했을 때,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방법을 몰랐을 때다. 30대 이하가 밀수사범의 60퍼센트에 육박하고, 10대 사범이 1명에서 14명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국경 단계의 단속만으로 이 흐름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단속이 강화되면 경로가 우편에서 여행자로, 인천에서 지방공항으로 옮겨 갔던 것처럼, 수요가 있는 한 사람을 구하는 방식도 옮겨 갈 수 있다.

이는 운반책의 행위를 가볍게 보자는 주장이 아니다. 국경을 넘겨 마약을 반입한 행위의 위험성과 책임은 분명하다. 다만 형사재판은 운반했다는 결론만이 아니라, 누가 모집했고 누가 지시했으며 누가 경로와 물량과 대가를 결정했는지, 그리고 피고인이 그 구조에서 어느 정도의 인식과 선택권을 가졌는지를 구별해야 한다. 변호인의 일은 그 구별을 감정이 아니라 기록과 증거로 법정에 제출하는 데 있다.

황세영
칼럼 담당 변호사
황세영
황세영 변호사 마약·형사·수사대응 분야 법률자문 및 변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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